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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 2003.12 [건강정보] 기생충을 잡아야 病 잡는다
admin 님의 글입니다. 2010-12-28 20:37:39, Hit : 2,434, Vote : 347

[건강 정보]
기생충 잡아야 病 잡는다
간흡충은 담도암, 주혈흡충은 방광암 원인
기생충병은 ‘퇴출’된 게 아니라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생활 주변 곳곳에서 기생충들이 인체를 침범해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대체의학을 활용하는 의료인들 중엔 암환자를 진료할 때 구충제부터 복용케 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다.
만성적인 신체 이상이 있을 때 반드시 의심해봐야 할 기생충의 모든 것.

생선회를 통해 감염되기도 하는 기생충인 광절열두 조충

어린 시절엔 왜 그렇게도 기생충이 많았던가.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구충 작업에 관심을 쏟았고, 학교에선 정기적으로 회충약 산토닌을 복용케 했으며 그 결과 필자는 하루종일 하늘이 샛노랗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화장실엔 구더기와 함께 기생충이 끊임없이 발견됐다. 어떤 아이들은 골목에서 변을 보다 죽은 기생충이 섞여 나오는 바람에 기절하기도 했고, 커다란 회충이 입에서 기어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퇴치된 줄로만 알았던 기생충이 공중파 뉴스에 떴다. 2002년 3월 KBS 뉴스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다소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지금까지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과 같은 선충 종류에만 관심을 가져왔고 그것을 모두 박멸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스에 등장한 것은 장(腸) 속에 사는 그런 기생충이 아니라 조직내 기생충이었다. 그렇다면 기생충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기생충은 희귀한 존재가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산층 미국인 6명 중 5명이 기생충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환경, 생활, 개인건강 면에서 위생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중산층 미국인들이다. 그러나 그 도도한 자존심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타액, 손발, 오장육부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검사해보면 대부분 한두 가지 기생충에 감염돼 있다. 북미주에 존재하는 기생충의 종류는 이미 100여 종에 이른다.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이제부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놈들이 바로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눈에 보이지 않는 종류가 더 많고, 몸에 그다지 피해를 주지 않는 놈들도 많으며, 설령 몸에 피해를 준다 해도 그 속도가 매우 느려서 기생충 때문에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병을 일으키는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중산층 미국인 6명 중 5명 기생충 보유

만일 식탁 위나 밥그릇 속에 개미나 바퀴벌레, 파리가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십중팔구는 그 밥을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구토증이 날 법하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몸속의 기생충은 어떠한가? 크기로 따지면 현미경으로만 확인되는 것부터 7∼8m, 심지어 10m에 이르는 것들도 있다. 어떤 기생충은 우리 몸속에 친친 감겨 있어 때론 혈관이나 림프관과 혼동되기도 한다. 또 어떤 기생충들은 수명이 15∼30년에 이르기도 해 그 오랜 기간 날마다 조금씩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 일 없는 듯 기생충들과 함께 먹고 자고 춤추며 노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숫자가 많아져 세력이 확장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기생충은 다른 생물의 몸 안팎에 살며 자신의 생존을 위한 먹이를 다른 생명체에서 취하는 생명체들을 뜻한다. 크기와 위치에 상관없이 우리 몸을 이용해서 살아가며 해를 끼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소장이나 대장에서만 살지 않는다. 간, 뇌, 폐, 몸통, 피부와 근육 사이, 혈액 등 인체의 어느 부분에나 기생충은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기생충이 우리 건강과 얼마만큼 깊은 관계가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면역기능 약화시켜 각종 질환 유발

기생충은 현미경으로 보이는 것을 포함해 120여 종류가 있으며, 보통 4가지로 구분된다. 원충류, 선충류, 조충류, 흡충류가 그것이다. 원충은 단세포로 돼 있어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다. 어떤 것은 매우 빠른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숙주의 장을 점령하고 거기서 다른 장기나 조직으로 침투한다. 어떤 것은 적혈구를 먹고 살기 때문에 ‘현미경적 흡혈귀’란 별칭을 갖고 있다. 또 어떤 것은 포낭을 형성하여 음식이나 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포낭 속에 든 원충은 소화액에도 용해되지 않아 숙주의 조직세포를 훼손시키기도 한다. 이질아메바, 장편모충, 질 트리코모나스, 톡소플라스마 곤디이, 주폐포자충, 말라리아 원충, 도노반 레슈마니아 등이 있다.

선충은 끝이 가는 원추상 기생충으로 회충, 요충 등 비교적 잘 알려진 기생충들이다. 원충이 단세포인 데 반해 이 기생충들은 다세포로 이뤄져 있다. 성충은 알을 낳아 번식한다. 알은 보통 사람에게 옮겨지기 전에 흙이나 중간숙주에 먼저 옮겨진다. 회충, 십이지장충, 요충, 분선충, 선모충, 아니사키스, 개·고양이 회충, 사상충, 견사상충 등이 있다.

촌충으로 익숙한 조충류는 두절, 체절 또는 편절을 갖는 기생충이다. 촌충은 인체에서 사는 기생충 중 가장 크며, 스콜렉스(Scolex)라 불리는 머리를 우리의 장벽에 박고 산다. 촌충이 장벽 점액질에 머리를 박고 있으면 거기서 새로운 촌충이 또 자랄 수 있다. 촌충은 소화기관이 없어 숙주의 소화액에서 양분을 섭취한다. 색깔이 희고 납작한 리본 모양이며 투명한 피부로 덮여 있다. 쇠고기촌충, 돼지촌충, 생선촌충, 개촌충, 다방조충 등이 있다.

흡충류는 사람이나 동물에 기생하며 덜 익힌 생선, 갑각류, 낭포성 식물 등을 섭취할 때 감염될 수 있다. 흡충류는 나뭇잎처럼 납작하게 생겼다. 달팽이가 유충을 물속에 뿌려놓을 때 생명주기가 시작되며, 헤엄을 쳐서 우리의 피부에 침투하든지 음식을 통해 인체로 들어온다. 주혈흡충, 간흡충, 폐흡충, 양간흡충, 장흡충 등이 있다. 이 미생물체는 사람의 몸에 접근하도록 잘 훈련돼 있으며, 인체 내에서 독특한 생명주기를 반복하며 인체면역기능을 약화시켜 수많은 병증을 일으킨다. 심지어는 치명적인 암까지 유발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생충들이 각자 인체내에서 선호하는 장소를 따로 정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견사상충은 심장을, 췌장흡충은 췌장을 선호한다. 보통 동물의 췌장에서 사는 이 흡충은 인체로 들어와서 동물의 췌장과 환경이 가장 유사한 장소인 사람의 췌장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어서 체내에 화학용해물질이나 중금속, 기타 독성물질들이 지나치게 많이 쌓여 있을 때는 다른 장기에서도 발견된다.

식수 오염이 기생충 감염의 최다 경로

그렇다면 기생충들은 어떤 경로를 거쳐 사람에게 감염될까. 기생충 감염은 주로 입, 코, 성관계, 그리고 피부의 모공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식수 기생충 감염의 최대 출처 중 하나는 오염된 물이다. 제3세계를 여행할 때면 항상 먹을 물을 조심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멕시코에는 물을 마신 후 생기는 배탈 등 건강을 해치는 것이 몬태주마 신의 복수 때문이라는 미신이 있을 정도다. 자연을 훼손시킨 데 대한 신의 보복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환경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장편모충은 미국에서도 가장 위험한 수질오염 기생충으로 여겨지고 있다. 1995년 9월에 발간된 한 환경잡지를 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은 건강기준에 미달하는 물을 마시며 산다고 한다. 물속엔 장편모충이 많고, 특히 연못과 강에 만연한 크립토는 설사, 구토, 위경련과 기타 여러가지 소화기 장애를 일으킨다. 숲속의 ‘맑은 시냇물’을 마신 등산객에게서 이런 기생충들이 발견되는 것은 시냇물이 동물의 배설물 혹은 산을 찾은 사람들의 배설물이나 방치된 쓰레기 등으로 오염됐기 때문이다.

도시의 수돗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기생충은 수돗물에서도 종종 발견된다(우리나라는 예외이기를 바란다). 장편모충은 박테리아와 달리 염소(클로린) 처리에도 죽지 않고, 미국 수자원의 50%를 오염시키고 있어 오늘날 미국의 골칫거리가 됐다. 더욱이 미국내 수백 개에 달하는 군소 물 공급처는 적절한 정화시설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런 기생충에 감염돼도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1993년 위스콘신주의 밀워키에서 40만명 이상이 크립토 기생충에 감염돼 100명 이상이 사망했는 데도 이를 쉬쉬했던 것이다.

놀이방에서도 기생충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세계 어느 곳이나 개천과 저수지들이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방역당국이 아무리 많은 수고를 기울여도 세균과 기생충은 생수나 약수, 기타 어떤 종류의 물속에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8년 한 신문의 기사를 보면 환경부의 검사 결과 전국 약수터 1706곳 중 149곳의 물이 오염기준치를 넘었다. 1997년 또 다른 신문은 수돗물 바이러스에 관한 기사를 싣고 있다. 당국과 한 대학교수가 벌인 이 수돗물 바이러스 공방은 2001년 대학교수의 승리로 판정이 났다. 이밖에도 ‘먹는 물 맑게 안 하고 보는 물만 맑게 했다’ ‘서울시 지하수 100m까지 썩었다’ ‘팔당상수원 대장균 우글우글’ ‘걸러낸 물이 더 오염’ ‘하수처리 관리 엉망’ 등등의 제목을 단 기사도 넘쳐났다.

▶음식 도시가 국제화될수록 음식점은 늘어난다. 서울 같은 대도시엔 수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다. 그러니 각국의 음식들이 넘치는 것은 당연하다. 다양한 음식을 즐길 기회가 있다는 점은 축복이지만, 한편으론 기생충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스시나 생선회, 스테이크같이 날것이나 덜 익힌 음식을 먹을 때 기생충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촌충은 날것 또는 덜 익힌 생선, 쇠고기, 돼지고기 등에서 전염된다. 또 동물의 췌장흡충은 육식과 더불어 인체로 유입돼 환경이 비슷한 인체의 췌장에서 살며 당뇨병을 일으킨다.

미국의 한 전직 대통령이 원숭이의 생뇌를 즐겼다는 믿기 어려운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만일 사실이라면 그 음식이 그가 말년에 걸린 치매와 관련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치매는 뇌속으로 들어간 회충에 의해 발생되기 때문이다. 또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에 좋다 하여 뱀, 곰이나 사슴의 생혈, 심지어 바퀴벌레까지 서슴지 않고 먹는다. 이런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기생충이 어떤 병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기생충병은 진행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사망이나 발병의 직접적 원인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40대 사망률이 높아지는 만큼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몇 년 전 광우병이 유행처럼 번지기 전에 우리는 O-157이란 이름의 대장균을 접한 적이 있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도 하는 이 세균은 날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만 일깨우고 신문지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기사화되지 않는다고 안심할 것인가. 사람은 평생 기생충에 노출된다는 걸 잊지 말자.

▶항생제와 약물 파스퇴르는 모든 병의 원인을 세균으로 규정한 세균학자다. 사람의 건강여부와 상관없이 질병을 발생시키는 것이 세균이란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도 생의 황혼기에는 병균이 병의 원인이 아니라 단순히 병의 증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병균은 사람 몸의 면역기능이 떨어졌을 때 그 사람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도하는 매개체라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예를 들어 목구멍이 따끔거릴 때 우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병균 때문이 아니라 이미 면역성이 약화된 목이 그 병균의 활동을 조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건강한 사람의 목엔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문제는 병원균이 아니라 인체의 면역능력이다. 목구멍이 세균에 감염됐을 때 의사들은 보통 항생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항생제가 세균을 일시적으로 없애는 데는 더없이 좋을 것이나, 감염이 생기게 된 처음의 원인을 없애주지는 못한다.

오늘날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의 70% 가량이 항생제다. 남용되는 항생제는 좋은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모두 죽여 소화기관이나 여성의 질 속 자연생태계를 훼손한다. 이때 소화기관이나 질 속에 곰팡이가 번식하고 트리코모나증이 생긴다. 질 트리코모나스는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기생충으로 악취를 풍기는 질 분비물, 음부의 따끔거림, 염증 등을 일으킨다. 어떤 지역에선 여성의 50%가 이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질병은 성교시 전염돼 상대 남자에게 원인 모를 요도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면역체계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 등을 방어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면역기능이 낮은 환자들이나 암이 생겨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면역기능이 떨어져 중추신경계, 심장, 폐 등을 공격하는 톡소플라스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감염이 건강한 사람에겐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에겐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놀이방과 유치원 맞벌이 부부에게 어린이 놀이방은 고마운 사회시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관심을 촉구하고 싶은 것은 아이를 맡길 때 그곳의 위생시설과 지도교사가 기생충에 대해 얼마만큼 인식하고 있는지 철저히 확인하라는 것이다.

한 아이가 어떤 종류의 기생충에 감염되면 이 기생충은 같은 놀이방에 있는 다른 어린이들에게 쉽게 전염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에 관한 통계가 없지만, 미국 질병통제소 산출에 의하면 매년 어린이 놀이방(탁아소)에서 일어나는 편모충 감염 사례가 2만건이나 된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조지아주의 풀턴카운티내 탁아소 어린이 25%가 편모충에 감염됐다. 코네티컷주의 뉴헤이븐에선 그 2배인 50%가 감염됐고,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경우는 1981년 3%에서 1991년 43%로 큰 감염률 증가를 보였다.

편모충은 오염된 인분의 직접 접촉으로 인해 감염되므로 어린이 놀이방은 환경성 전염을 예정해놓은 장소나 다름없다. 편모충의 알은 손톱 밑에서 살기 때문에 기저귀를 갈아줄 때 전염될 수 있다. 또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이가 오염된 기저귀를 만진 후 장난감을 다시 만지거나, 그 장난감을 다른 아이가 입으로 빨거나, 그 손으로 컵이나 수도꼭지를 만지거나, 또는 다른 아이의 입을 만지는 경우에도 전염이 확산될 수 있다.

부모들 중 20%가 자신의 아이가 감염된 줄 모르고 돌보다 전염된다는 보고도 있다. 기저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최근 뉴스에 의하면 여름철에 어린이들과 부모와 함께 즐기는 물 놀이터에서 오염된 기저귀 때문에 대장균 E. 콜라이가 번져 큰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다. 수영장에서 놀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그 물을 마시고 대장균에 감염돼 예상치 못한 설사와 복통, 고열에 시달렸던 것이다.

▶여행 여행은 신나는 일이지만, 부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여행객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기생충병도 늘어난다. 세계 100여 국에서 말라리아로 인해 한 해 평균 200만명이 죽는다. 이 질병이 증가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모기가 DDT나 기타 살충제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약물에 죽지 않고 견디는 기생충들이 남아메리카, 동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다. 해외 사업가나 유학생, 여행객이 방문 국가에서 감염돼 집으로 돌아와서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감염 사실이 판정되는 시점에선 이미 치료시기를 넘겨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여행 후 설사 정도의 부작용만 겪지만, 심한 경우 고열, 오한, 근육통, 복창 등을 앓을 수도 있다. 원인은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장편모충에 오염된 수돗물인 경우가 많다. 소련이나 네팔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기생충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소련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편모충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 기생충을 한 컵의 물과 함께 마시고 나면 여행을 망치게 된다. 여행 후에도 장차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만성피로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길고 웅장한 만리장성의 기억과 함께 긴 회충을 몸속에 지니고 올 수도 있다. 중국은 아직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회충의 출현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회충 알은 인체에 전염된 후 70여 일이 지나야 대변에서 발견되는데, 이때쯤이면 회충 알은 폐로 들어가 기침, 천명, 기관지 경련, 가래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장으로 들어가면 위궤양과 흡사한 증상을 일으키나 치료방법은 전혀 다르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물속에서의 목욕은 물론이고 수영, 강물이나 냇가를 산책하는 것조차 조심해야 한다. 물이 주혈흡충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생충은 오한, 발열뿐 아니라 호산구(에오신 백혈구의 하나)를 증가시키기도 하며 간이나 비장의 종대를 초래하기도 한다. 피부를 통해 침입하는 이 기생충은 방광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도 유명하다.

▶이민 얼마전 TV 홈쇼핑에 이민자 상품이 나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기를 낳으러 캐나다, 호주, 미국 등지로 가는 원정출산 문제가 가십거리로 등장해 네티즌들이 찬반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민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기생충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결핵이나 기타 세균에 대해서는 엄격한 미국이지만 기생충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인데, 이는 기생충 질환의 만성적 성격 때문일 것이다. 기생충은 날씨와 비위생적인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로 열대지방에 만연한다. 특히 남태평양, 멕시코, 남아메리카, 아시아, 아이티 등지에서 오는 이민자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1970년대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입국한 이민자들로 미국 전역이 붐볐다. 난민들은 주로 기생충에 오염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매년 미국에 들어오는 유학생, 외교관, 여행객, 이민자는 2000만명이 넘는다. 그들이 현재는 기생충증을 나타내지 않을지 몰라도 보균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해외여행도 기생충병 발병의 한 경로가 된다.

▶애완동물 애완동물의 기생충은 그들과 입을 맞출 때 입을 통해 옮겨오는 것은 물론 털에 붙어 있던 기생충 알이 공기를 통해 사람의 코로 들어가 감염된다. 사랑스런 애완동물에게 붙이기엔 끔찍한 이름이지만 그들은 ‘기생충의 창고’라는 불명예스런 칭호를 갖고 있다. 그들이 수많은 기생충의 숙주가 되어 알지 못하는 질병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동물에 의해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은 240여 종. 그중 65종은 개에 의해서, 39종은 고양이에 의해 전염된다.

미국의 경우 전체 가정에 1억1000만 마리의 애완동물이 살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들이 퍼뜨리는 질병에 노출돼 있다. 개와 고양이가 지닌 회충과 십이지장충, 고양이가 전염시키는 톡소플라스마증은 임산부나 어린이들에게 위험하다. 특히 면역능력이 낮은 사람들에겐 생명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의사들이 이런 종류의 질병은 거의 의심을 하지 않고 인식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의 건강은 물론 사랑스러운 친구들의 건강도 고려해서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게 정기적인 구충작업을 해줘야 한다.

▶성의 자유화 성관계가 남녀간에 별 부끄러움 없이 언급되고, 요구되고, 실행되는 게 오늘날의 세태다. 젊은 성욕은 불속에도 뛰어든다는 것이 셰익스피어시대의 논리라면, 무분별한 성관계는 전염병도 묵살한다는 것이 대체의학시대의 궤변일까. 오늘날 자유스러운 성관계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반대급부는 있다.

일반적으로 성교 상대가 많아질수록 성교를 통해 전염되는 기생충도 늘어난다. 거기엔 질 트리코모나스, 이질아메바, 장편모충, 요충, 돼지촌충 등이 포함된다. 즉 이성간의 항문성교, 구강성교가 기생충 감염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이는 그 과정에서 몸속에 들어오도록 대변에 득실거리는 기생충이 손과 입, 기타 몸의 다른 부분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기생충과 에이즈가 피차 상관관계에 있고 에이즈가 성교 상대가 다양한 사람들과 동성연애자들에게 많이 발병한다는 것은 일반화된 사실이다. 에이즈 감염과 기생충의 관계는 밀접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에이즈가 발견되기 2년 전에 에이즈와 아메바증과의 관계가 발표되기도 했다(영국 의학잡지, 1986년 8월7일자). 버지니아 의대에서는 아메바가 HIV(사람 면역부전 바이러스)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면역세포를 파괴하는 물질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 면역세포가 파괴되면 HIV 바이러스가 온몸으로 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폐포자충폐렴, 크립토스포리디아증, 분선충증 같은 기생충병이 증가하게 된다. 기생충병은 에이즈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이처럼 기생충 자체가 인체의 면역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정설로 돼 있다. 에이즈나 오늘날 미국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성피로증후군 같은 질병들은 모두 기생충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군대 외국에 주둔하는 군인들은 여러 종류의 기생충을 보유할 수 있다. 해당 국가의 음식과 물, 섹스를 통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이나 걸프전, 코소보전 참전 미군들은 귀국하면서 국내로 기생충을 수입해 들여오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1963년부터 1975년 사이에 동남아지역에서 수천 명의 미군이 귀국했고 그들은 장, 폐, 간, 중추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기생충병들을 옮겨왔다. 1985년엔 베트남 참전 미군 5명이 베트남전 실행부서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 귀국시에 정부의 담당부서에서 사상충에 관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해주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동남아시아의 풍토병인 사상충은 오염된 모기에 의해 재감염된 벌레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임파선이 붓거나 상피병을 유발한다.

최근의 일로는 ‘사막의 폭풍’ 작전에 참가한 54만명의 미군이 헌혈 금지 명령을 받았는데 이는 사막의 파리에 의해 전염되는 기생충병인 레슈마니아증의 발생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 병은 설사, 복통, 고열 등이 주된 증상이다. 원인 모를 열을 동반한 질병은 걸프전 참전 미군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레슈마니아증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군인들의 파병이나 이동과 관련한 기생충병에 관한 연구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면 제주도의 총각이 강원도 철원에서 군생활을 했을 때 제주도지역에서 볼 수 있는 기생충이 철원에서 발견됐다든지 하는 등의 기록이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이라크 파병이란 국가적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부대 이동과 기생충병의 관계를 의학적 과제로 삼아줬으면 한다.

기생충병의 다양한 증상들

기생충병의 증상은 실로 다양하다. 지속적인 여드름, 식욕부진, 피부 터지고 갈라짐, 구취, 호흡곤란, 부종, 이명, 간헐성 변비와 설사, 눈이 튀어나온 경우, 눈 주변이 검게 변하는 경우, 입 주위가 자색으로 변하는 경우, 단것을 너무 좋아하는 경우, 폭식, 갑상선은 정상이나 몸무게 조절이 어려운 경우 등을 모두 기생충 병증으로 볼 수 있다. 또 어린이가 눈 주변이 검게 변하거나 이빨을 가는 경우, 흙을 먹는 경우, 코피가 자주 나거나 코를 자꾸 후비는 경우, 밤에 신경이 예민해지는 경우 외에도 야뇨증·성장부진·두통·잇몸출혈 등이 기생충 감염증에 속한다.

맹장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도 기생충증의 한 부분이다. 관절통, 섬근육통, 심장통, 두통, 편두통, 목통, 복부중앙의 통증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여성질환인 자궁내막증, 자궁경부 통증, 불임, 방광염 등도 기생충증이다. 호흡기 증상으로는 천식, 알레르기 등이 속한다.

고질적인 만성병도 기생충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난치병에 속하는 당뇨병은 췌장흡충에 의해 생긴다. 소나 돼지 등으로부터 감염되는 이 흡충은 췌장 속에서 베타세포를 파괴하여 인슐린 분비에 지장을 초래한다. 인슐린 부족으로 혈액내 당 조절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치매환자의 뇌에서는 화학오염물질인 자일렌과 톨루엔이 나타나고 있다. 치매환자의 뇌에 수은, 탈륨, 카드뮴, 프레온 등이 축적돼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특히 알루미늄은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으며, 동시에 뇌에서 4가지 일반흡충이 발견된다.

관절염 환자의 경우 해당관절 부위에서 회충이나 분선충 같은 선충 종류가 3∼4가지 발견된다. 기생충이 뇌속에서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을 방해하거나 또는 그것의 균형을 무너뜨리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보통 개나 고양이 회충, 선모충, 분선충, 십이지장충 등이 이 질환과 관계 있다.

간질은 회충의 유충이 뇌에 있을 때 발생된다. 사실 회충이 뇌에 들어가 있는 것은 비정상이다. 그들은 보통 위장과 폐 사이를 왕래하기 때문이다. 회충의 유충은 개, 고양이, 말, 돼지 또는 흙과 먼지 속에 얼마든지 있어 쉽게 감염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회충은 항상 박테로이드 프라질리라는 세균을 지니고 다니는데 회충과 함께 뇌에 들어온 이 박테리아가 뇌종양 속에 들어 있는 것이 발견됐다. 뇌종양은 기생충과 박테리아 등이 죽어 없어지기 전에는 줄지 않는다.

어떤 기생충은 장 점막에 달라붙어 인체의 영양분을 빨아먹는다. 기생충의 숫자가 많아지면 피를 다량 유출시켜 치명적 빈혈을 일으킨다. 육아종은 종양 같은 종괴를 말하는데 그 속에 기생충 알을 품고 있다. 육아종은 주로 대장이나 직장벽에 생기며, 폐, 간, 복막, 자궁 등에서도 발견된다. 기생충의 대사물질과 독성물질은 중추신경을 자극할 수 있다. 때때로 불안, 초조, 근심 등 신경과민은 기생충 감염에 의해서도 발생된다. 새벽 2∼3시쯤에 자주 깨는 것은 인체의 독성이 간을 통해 배출되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발암인자로 작용하기도

기생충의 대사물질인 암모니아가 뇌에 축적되면 불면증이 생긴다. 기생충이 심야에 항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려는 바람에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다. 의학용어로 알치증이란 비정상적으로 이를 간다든지, 깨문다든지, 악무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도 기생충 감염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증상은 수면중인 어린이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알치증은 체내 이물질의 자극에 대한 신경의 반응이라 여겨지고 있다. 현대의학에서 알치증의 원인은 아직 논란의 대상이다.

피곤, 나른함, 무기력, 우울증, 집중력 부족, 기억력 감퇴 등의 증세는 모두 만성피로증후군으로 구분된다. 기생충은 이런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증상을 몰고 오는데 기생충들이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특히 비타민A와 B12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인체 면역기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기생충이 면역글로블린A의 분비를 방해하면 면역기능은 약화된다. 기생충이 몸에 있을 때 면역기능은 계속 방해를 받고, 인체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개방될 수밖에 없게 된다.

현대의학이 지적하고 있는 많은 종류의 발암인자 가운데 기생충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1997년도에 출판된 기생충학 서적은 최소 5가지 종류의 기생충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암도 관점에 따라서는 결국 하나의 증상에 불과한 것이다. 담도암을 일으키는 간흡충(간디스토마), 방광암을 일으키는 주혈흡충은 물론 최근에는 아니시키스나 장흡충도 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가 나온 바 있다. 염려스러운 것은 오늘날 현대의학에서 기생충 분야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질환 만성화 땐 기생충 감염 의심

현재 의과대학에서 가장 인기 없는 분야가 기생충 분야다. 따라서 기생충학은 연구가 미진하다. 병원에서도 기생충의 유무를 통해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는 의사는 거의 없다. 하긴 권위를 가지고 환자를 다뤄야 할 의사가 밤낮 기생충이나 들여다보고 있다면, 그리고 연구를 위해 때에 따라서는 기생충을 일부러 자기 몸에 배양시키는 작업도 마다하지 말아야 할 지경이라면 누군들 의사가 되고 싶을까.

의사들만 기생충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경향이 그렇다. 기생충이 수백만 명을 감염시키고 있는 질병의 원인임에도 국가기관이나 의사들, 대중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9억명이 십이지장충에 감염돼 있는데도 십이지장충 연구에는 10억원 정도만이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비용은 감염된 세계 인구 한 사람당 100원도 안 된다. 기생충병의 심각성으로 볼 때 이 기금을 조족지혈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崔 璟 松
● 현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 겸임교수
● 전 미국 엠퍼러스 한의대 학장 겸 교수
● 한서대 자연요양복지학과 겸임교수
● 현 미국 유인대 객원교수
● 유니케어 대체의학 연구소 운영
● 저서 : ‘사람을 살리는 대체의학’
           ‘21세기 신의학: 동종요법’
● 역서 : ‘암 낫고말고’

모든 병이 기생충과 관련돼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질병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은 후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오래 지속되면 기생충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살을 파먹는 메닝고 박테리아나 헬리코박터 같이 생각지도 않았던 세균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하고, 이미 없어진 줄 알았던 말라리아나 볼거리, 폐결핵 같은 전염병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질병과 그에 따른 증상을 기생충과 연관시켜보는 자세는 의사나 일반인 모두에게 아주 현명한 태도라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끝)

글: 최경송 재미(在美) 한의사 abrachoi@unitel.co.kr

발행일: 2003 년 12 월 01 일 (통권 531 호)
쪽수: 606 ~ 61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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